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도교수님께서 자신의 후배가 설립한 단체라며 소개해주신 곳이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끌리는 곳이기에 단번에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들어가서 샅샅이 살펴봤던 기억이 난다. 그게 에코팜므(Eco femme)였다. 대표님께서 우리 도교수님 후배분이라고 하시니 혼자 마음속으로만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ㅎㅎㅎㅎ
에코팜므는 이주 여성을 위한 문화자립공동체이자 다문화 여성 복지를 위한 NGO이자 사회적기업이다. 이주 여성들의 치유, 성장, 자립을 추구하며 이들이 한국에서 장차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http://www.ecofemme.or.kr/ 홈페이지에서 퍼옴) 내가 에코팜므의 정신에 가장 동의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미약한 이주민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도 그들의 본국에서 우리와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오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에코팜므에 대한 나의 팬심은 종종 생각날때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는 것으로 표현되어왔는데, 때마침 <토크콘서트>가 열린다고 하여 냉큼 신청하여 다녀왔다.
소감부터 말하자면 "가길 완전 잘했음!" ㅎㅎㅎ 돌아와서 잠깐 병원앞에서 HJ를 만났다. '가길 잘한 것 같냐'고 묻기에 '완전 잘했다'고 대답했다. 진심이다.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행사는 크게 엄민아씨의 이야기와 미야씨의 이야기, 이란과 솔가라는 여성듀엣의 공연으로 이뤄져있었다. 민아씨는 '스무살, 흔들리는 청춘의 여행 인문학'이라는 책의 저자이다. 나와 동갑인데 정말 멋졌다! '에디오피아 청년과의 사랑이야기'라는 흔치않은 테마로 이목을 끄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궁금한 것은 마음이 들때마다, 의문이 들때마다 해외에 나가셨다고 하셔서 재정을 어떻게 충당하셨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뭔가 질문하기엔 좀 부끄럽고 시간도 부족하여 혼자만 생각했다. ㅋㅋㅋㅋ 하지만 진짜 궁금쓰.. 나도 돈만 있다면 이번에 우간다 자비로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더 궁금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늘 편의점에서 저녁을 먹는데 정원이가 전화가 왔다. 편의점에서 저녁을 먹는다 하니 '넌 맨날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맨날 그러냐'라고 해서 뭔가 '그런가?'싶었다.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고.. 뭐랄까. 음.. 진짜 왜 열심히 살지? 이런 생각이 들긴 했고 또 하나는 우리 단체처럼 작은 ngo는 늘 재정이 부족하고, 그래서 난 최저시급 받으면서 사니까 그렇지 ㅠㅜㅠ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각설하고.. 민아씨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민아씨의 모습이 멋져보이고, 추진해가는 모습이 힘있어보였다! 생각하는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쉽지 않고, 늘 '배우기 위해 떠나자!'고 마음 먹어도, 주말이면 10분이라도 더 누워있으려는 게 나의 모습이 아닌가. 민아씨의 이야기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민아씨는 '관계'속에서 난민과 이주민을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민아씨가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을 프랑스 에펠탑아래에서 1유로짜리 열쇠고리를 파는.. 아프리카 대륙 어딘가에 고향을 두었을 그 청년의 모습속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관계속에서 보면 달라진다. '이주민', '난민', '흑인', '남'이 아니라 나의 친구, 가족, 이웃으로 보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미야씨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직 한국어로 강연을 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박진숙 에코팜므 대표님께서 통역을 해주셨다.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펼쳐가는데 세상에만상에 한 80%는 알아들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 ㅠㅠㅠ 알아들을 수 있다니..ㅋㅋㅋㅋ 프랑스어 공부를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
미야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안에도 난민에 대한 큰 편견이 있었음을 보았다. '난민은 교육받지 못하고,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동정의 대상이다.' 라고 여겼던 부끄러운 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미야씨는 나보다 더 잘사는 상류층의 아가씨였고(나는 타보지도 못한 벤츠를 끌고 다녔다는 것 같았다),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부족함 없이 모두 누리는 삶을 가졌던 사람이다. 원치 않는 사회적 이유로 위협을 피해 떠나게 된 여행이 낯선 한국으로의 긴 여행이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나의 잘못된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정말 밝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나는 사실 눈물 펑펑 흘릴 생각으로 손수건까지 준비해갔는데 막상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는 웃음만 팡팡 터져나왔다. 이야기의 소재 자체가 재밌다기보다는(난민이 된 이야기인데 재미있을리가 만무하다.) 이야기를 전하는 미야, 박진숙 대표님의 에너지와 밝은 모습, 중간중간 한국어를 섞어가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미야의 모습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참 사랑스러운 분이었다. 힐링힐링 콘서트였다.... ㅎㅎㅎ
난민. 난민....... 이전에 새터민지원센터에서 북한이탈주민, 이제는 친구가 된 나의 학생들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과는 사뭇 다른 마음으로 '난민 미야'씨를 만나고 왔다.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또 나 스스로도 편견을 깨고자 계속 생각하고 노력해도.. 나의 삶 아주 깊숙한 곳에서부터 뿌리내리고 있는 고정관념들을 부수기가 쉽지 않다. 난민 = 보트피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정말 부끄럽다.
미야씨를 만나고 오면서 언어는 놀라운 소통의 도구이지만, 가끔은 그 이면의 의미들을 가려버리는 무용의 체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민"이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가려버린다. 미야씨의 유복했던 어린 시절도, 내가 만났던 우간다 친구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재력도, 그녀가 속해있던 상류사회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그녀가 받은 교육도, 꿈도, 미래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녀의 사랑스러움도 모두 가려버린다. 미야씨도 강연중에 자신을 난민으로 소개할 때 그녀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을 꼬집어주었다. 나조차도 편견속을 헤매는데 누구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런 토크콘서트가 100배쯤은 확장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에코팜므 힘내세요!) 나같은 일반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름답게 난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애정을 가지게 되는 이런 기회야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회이다. 좋은 대화의 마당을 열어주고 계신 에코팜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 분들의 노력이, 애씀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우리 사회가 꼭 볼 수 있을 것이다.
에코팜므는 말한다. '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힘이되어 다양한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을 꿈꾼다.'고.
씩씩한 에코팜므지만 혼자서는 이뤄갈 수 없음을 배운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응원하고, 후원하면서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 사회의 일면은 그렇게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래서.. 다음 토크콘서트는 언제인가요? ^^
p.s. 이전에 졸면서 쓴 글을 수정하기 전에 남긴 한마디이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남은 것은 민아씨의 이야기와 미야씨의 이야기(두 분의 이름이 우연인지 운명인지 참 비슷하다.)에서 이어진 한 마디이다. 사랑하되 동정하지 않는 것 + 난민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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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 :D
토크콘서트 이후에도 매 달마다 미야의 강연이 이어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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